DesignMag Sans
한국 디자인 미디어 50년을 압축한 새로운 타입의 등장
한 우물을 꾸준히 50년간 팔 수 있는 브랜드가 얼마나 될까? 특히 개척 정신으로 무장하고 한국 디자인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과 기여를 해 온, 한국 디자인 신(Scene)의 흐름을 가장 가까이에서 기록해온 디자인 매체 – 잡지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된 매체가 있다.
바로 월간 〈디자인〉, 필자도 어린 시절부터 관심있게 보아 왔는데, 그들의 행보는 최근까지도 신선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시간의 밀도를 하나의 서체로 정리한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디자인 전문 매거진이 창간 50주년을 앞두고 선보인 ‘디자인맥 산스(DesignMag Sans)’는 단순한 기념 폰트가 아니다. Mag은 매거진의 약어이기도 하여 정체성 역시 놓치지 않고 있다. 정체성부터 시대의 미감,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동시에 담아낸 시각적 선언에 가깝다.
DesignMag Sans는 하나의 브랜드 시스템이다
디자인맥 산스는 리뉴얼된 매거진 로고에서 출발했다. 기존 로고의 조형적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사용 환경을 고려해 라틴 알파벳 전반으로 확장된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로고를 폰트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매체가 가진 톤 앤 무드를 일관된 타입 시스템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월간 <디자인>이 타입 디자인 스튜디오 ‘양장점’과 협업한 디자인맥 산스 프로젝트에는 국내 타이포그래피 씬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각각의 글자에는 기능성과 균형감, 그리고 미묘한 긴장감이 공존한다. 미디어의 권위를 과시하기보다는, 지금 이 시대의 디자인 언어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향을 택했다.
확장성을 전제로 설계된 서체
디자이너를 위한 여백이 남아 있다
디자인맥 산스는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다. 기본 서체 외에도 여러 스타일리스틱 세트가 함께 제공되며,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다른 인상을 연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브랜드 서체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다양한 매체, 다양한 스케일,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무리 없이 작동하는 것이다.
인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 피그마, 포토샵 등에서 이를 적용할 수 있어 인쇄물은 물론 디지털 환경에서도 활용도를 염두에 둔 구조다. 주요 디자인 툴에서의 사용성을 고려한 오픈타입 기능 지원은 이 서체가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장기적 자산으로 기획됐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50주년 기념을 넘어
다음 10년을 향한 타입 디자인
2026년, 이 폰트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자인맥 산스는 과거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더 많이 쓰이기 위해 설계된 서체다. 한국 디자인의 기록자 역할을 해온 매체가, 이제는 직접 시각 언어를 생산하는 주체로 나선 셈이다.
이 서체는 특정 브랜드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라, 디자인이라는 영역 전체와 대화를 시도한다. 매거진의 정체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다른 맥락 속에서도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 이유다.
타이포그래피는 결국 메시지다
이 서체가 말하는 것
디자인맥 산스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디자인은 기록되고, 축적되며, 다시 사용된다. 서체는 그 과정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매개체다. 50년의 시간을 압축한 이 타입은 한국 디자인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지금 이 서체는 하나의 시작점에 가깝다. 그리고 이 시작은, 앞으로 다양한 비주얼 프로젝트와 브랜드, 콘텐츠 안에서 새로운 맥락으로 계속 확장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의미있는 프로젝트와 선물과 같은 서체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부족한 글로나마 전하고 싶어 다루게 되었다.
텍스트힙 시대에 맞는 힙하고 힙함(HIP x HIP)이 진하게 묻어 있다는 점 역시 마음에 든다. 😎